Atmosphères, Fantasy

우리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두 곡의 공통점을 찾을 것이다. 단, 이 작업은 청자가 곡에서 느끼는 그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할 것이며, 시간대별 분석 및 시각화를 통해 이것들이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소리를 시각화하는 것은 곡에 대한 능숙한 이해와 분석을 위한 것이다. 미셀시옹은 오디오-비전>에서 시청각적 메시지와의 일차적인 접촉에서 눈은 공간적으로, 귀는 시간상으로 좀 더 능숙하다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소리와 이미지는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둘을 동시에 이용하면 더욱 더 포괄적인 분석과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성향이 보이는 시각화일 수도 있겠으나 분석과 비교라는 것이 일정 부분 주관성을 동반하지 않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에 개인적인 차이로 느끼게 되는 오차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분석을 진행하기로 한다.


Gyorgy Ligeti, Atmosphères, 2011, single channel video, 09'04''


THE XX, Fantasy, 2011, single channel video, 02'48''

Atmosphères는 전반적으로 "어택attack 없는 덩어리" 만들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듯하다. 곡의 전체적인 진행이 연주의 시작점을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조심스럽게 시작되고 그것들의 연주가 끝나는 지점 역시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곡 후반부에 구둣솔이나 브러쉬 스틱으로 연주되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어택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것이 시작과 끝이 확실한 악기연주라고 보기 힘들 것이고, 트레몰로로 연주되는 악기들에서도 이것을 어택과 릴리즈 포인트release point가 확실한 연주라고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그 시작과 끝이 조심스럽거나 불분명하다고 해서 그 음들이 가져다주는 “음" 덩어리들의 무게나 크기가 결코 작지 않다. 이것들은 분명 기본적으로 연주자에 의해 음이 눌러지고 음의 이동으로 소리를 내지만 이 악기들이 합쳐졌을 때는 그것들이 더 이상 "음"이 아닌 "음향"으로 인식되는 듯하고 결정적으로 노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그 "분위기" 혹은 "대기"를 만들어 주는 듯하다.

Fantasy를 살펴보면 이 노래가 사용한 악기는 Atmosphères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수일 것이다. 시작은 패드 성향의 신디사이저 소리가 곡 전체를 덮고 있고 그 위에 보컬과 다른 악기들이 연주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중간부부터 보컬이 빠지면서 기타와 베이스가 등장하고 완벽한 연주곡 형태로 바뀌게 되는데 베이스와 기타의 연주 특성상 연주 자체에 어택이 존재하게 된다. 물론 곡의 특성 상 강한 어택을 내는 연주가 아닌 슬라이딩 주법이나 상대적으로 약한 피킹picking으로 최대한 패드 덩어리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연주된다. Atmosphères에서 인지하기 힘들 만큼의 초고음역대에서 들려준 비올라나 관악기의 연주들을 이 노래에서는 노이즈정도로 보이는 소리로 대신하여 사용하고 저음역대에서 고음역대로의 변형을 신디사이저의 이펙팅을 통해 하나의 악기로 해결한다.

곡에 대한 시각화는 분명히 주관적이겠지만 음의 높낮이나 주파수의 높낮이로 표현한 이미지, 그리고 그것들에 사용된 색깔들은 나름 객관화하여 표현하였기에 중간지점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상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두 노래는 다른 악기와 다른 연주 방식을 통한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곡의 여러 곳에서 비슷한 느낌의 "대기"를 형성하고 있다. 다른 시대에 태어나 창작활동을 했던 두 작곡가는 분명 노래의 작곡 포인트를 "대기형성"에 맞췄던 것이 분명하다. 먼저 음악가의 인생을 살았던 리게티는 그 "대기형성"을 만들기 위해(어택없는 연주를 위해) 보편적이지 않은 연주방법을 택했고 THE XX더엑스엑스의 경우는 "어택"이 약한 연주와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 신디사이저를 채용했다. 분명 두 노래는 박자를 가지고 있고 리듬도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도드라지지 않게 작곡을 하고 연주하게 하면서 특유의 "분위기"형성을 도왔던 것이다. 곡의 "분위기"라는 말 자체가 불확실한 개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이 두 노래는 분명 "분위기" 만들기에 중심을 두고 작곡이 이뤄졌을 것이며 그들의 의도대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동안 들려지고 회자하는 음악들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그 안에서 꿈틀대고 있다. 물론 그것들을 정확하고 중요하게 창작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관적일 수 있는 이러한 분석도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도 있으리라. 이 작업이 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이 아닌 단순한 감상평에 가까운 것이 될지라도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다양한 음악을 듣고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청취 방식으로 다가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나 확실하게 믿고 싶은 사실은 이 두 곡의 노래를 듣고 나서 그린 그 "우주"의 모습과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그 "대기"를 그려 낸 음악가, 그리고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그만의 "환상"을 그려낸 젊은 음악가가 상상한 그 "환영"이 내가 그려낸 모습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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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yorgy Ligeti, Atmosphères, 2011   single channel video,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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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XX, Fantasy, 2011   single channel video, 02'48''